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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통역 평균 근속기간 21개월…수준미달 통번역에 국가경쟁력 멍든다.2015-03-06

정부 통역 평균 근속기간 21개월…수준미달 통번역에 국가경쟁력 멍든다.

 

 

기사입력 2015-03-03 09:49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길거리 외국어안내 표지판부터 국제회의ㆍ외교 협정문에 이르기까지 ‘수준 미달’의 통ㆍ번역이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제성’ 때문에 인턴을 활용하다 잇따른 번역 오류를 낸 자유무역협정(FTA) 문서로 국제 망신을 당하고도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육상 경기 시상식에서는 아랍어통역사가 없어서 금메달을 딴 아랍권 선수가 다른 아랍권 선수들의 말을 영어로 간신히 통역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통번역 전문가들은 이같은 문제가 민간ㆍ공공부문 가릴 것 없이 ‘통번역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부터 비롯했다고 입을 모은다.

 

3일 한국통역번역학회의 ‘공공번역과 국가경쟁력 강화’ 연구 자료에 따르면 중앙 정부부처를 포함한 14개 국내 공공기관 번역 담당자들을 조사한 결과 이들의 평균 근속개월은 21개월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순환보직으로 번역 담당을 맡게 된 경우에는 8개월로 더욱 짧았다.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업무지만 연속성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군 통역장교 출신 A 씨도 이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A 씨는 “통역 장교들이 교육을 아무리 꾸준하게 받는다 해도 국방부장관ㆍ참모총장급 중요 회담을 치러내고 고급 문서를 번역하는 데 있어서 전문 통번역사에 미치기 힘들다”면서 “능력이 특출난 소수의 통역 장교가 이를 맡지만 이들도 금방 제대를 하기 때문에 연속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A 씨는 “상황이 이런데도 군이나 정부 당국은 이에 대해 별다른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예산 문제로 저렴한 단가를 고집하다 관광 안내 책자 번역에 오류가 생기고, 수준 미달 통역으로 국제회의에서 낭패를 보는 일도 부지기수다.

 

전문가들은 통번역에 대한 사용자들의 인식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최소희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는 “비용 절감을 위해 고급 통번역가들을 고용하지 않았다가 문제를 겪는 국가기관이나 단체들이 여전히 많다”면서 “국제화 시대에 한 나라의 통번역 수준은 문화ㆍ 관광ㆍ 외교ㆍ 학계 등 많은 영역에서 국가 경쟁력을 결정짓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곽중철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도 “통번역사들의 수준은 천차만별이지만 이를 알 수 없는 고객들은 경쟁을 붙여 저렴한 가격만을 찾는 게 현실”이라며 “지금이라도 선진국들처럼 국가 지원을 받되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통번역청’을 만들거나 국가 통번역인증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통번역사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곽 교수는 “업계 종사자가 많아지고 이해관계가 달라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경쟁력을 생각하면 정부가 나서야하는데 (정부에서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고 질타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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