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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말 일깨워준 오바마의 수사학2012-05-16

정치는 말 일깨워준 오바마의 수사학


2012.03.30 조선일보 독자의견
곽중철 한국통번역사협회 회장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오바마 대통령의 화려한 수사학은 정치와 외교의 요체는 결국 말임을 깨닫게 하는 데 충분했다. 방한 직전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을 세계은행 총재로 지명하면서 다섯 살 때 이민 와서 고교 때 반장을 했으며 미식축구 쿼터백을 맡았고 농구팀 포인트 가드를 한 것도 모자라 골프도 핸디가 싱글이라고 한다. 다른 건 몰라도 골프도 싱글이라니 샘이 난다라고 했다. 이어 세계은행이 그보다 나은 총재를 갖기는 힘들 것이라고 못박음으로써 미국이 아닌 신흥국에서 총재가 나와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불만을 잠재웠다.

 

방한 첫날 오전 비무장지대의 미군부대에서 귀관들은 자유의 최전방에 와 있다. 내가 살아온 50년 동안 한국에서 일어난 변화는 바로 여러분 덕이다. 여러분이 자유와 번영을 위한 공간과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 한국 근무를 지원한 덕분에 남북한은 더 이상 차이가 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며 사기를 북돋웠다. 그날 오후 한미정상회담 후 회견에서는 작년 가을 이 대통령 내외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가르쳐 준 한국말인 양국 간의 정(情)을 오늘 다시 느낀다고 함으로써 한국민 전부를 오랜 친구로 만들었다.

 

26일 오전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방문하는 한국외국어대 특강에서 그의 수사학은 더욱 무르익었다. 이 학교가 세계에서 제일가는 외국어 교과과정을 갖고 있으니 여러분의 영어가 내 한국어보다 훨씬 나을 것이라며 나는 감사합니다라는 말밖에 모른다고 했다. 또한 여러분이 맘대로 국경을 넘나드는 트위터와 미투데이, 카카오톡을 쓰는 덕분에 세계가 한류에 매료됐다고 지적함으로써 젊은 대학생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그리고 도발에 대한 보상은 없을 것이고 그런 시대는 지났다고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가장 강력한 대북 메시지를 보냈고, 통일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으면서 모든 한국인이 열망하는 그날은 희생 없이 쉽게 오지는 않겠지만 분명히 온다. 그날,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변화가 펼쳐지고 국경 검문소가 열리고 감시 망루는 비게 될 것이라는 화려한 은유법으로 이산가족들은 다시 합쳐지고 한국민은 마침내 온전한 하나가 될 것이라고 해 우리를 감동시켰다. 우리 정치 지도자들도 이처럼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수사학을 구사할 수는 없을까? 오는 총선?대선에서는 유권자들을 유쾌하게 해주는 수사를 듣고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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